지난달, SPC 계열사 공장에서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안전 수칙 무시, 과도한 업무량 등 사고 배경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마음은 돌아섰습니다. 40여개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완판 행렬이던 '포켓몬빵' 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이슈&임팩트데이터연구소 IM.Lab은 지난 한 달간 뉴스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뉴스와 SNS, 이슈 데이터로 들여다보는 ‘임팩트 키워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의 임팩트 키워드, #소비자 불매운동입니다.

국내 대표적 불매운동은 '노 재팬(No Japan)'입니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일본이 보복성 수출 규제에 나서자, 국내에서 일본산 불매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일본산 맥주와 자동차, 여행 등을 배척했는데, 유니클로 임원이 이를 두고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발언해 불을 붙였습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을 겪고도 회장 외손녀 논란허위 광고 등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올해 초 정용진 SSG 부회장의 SNS상 발언도 화제였습니다. 정 회장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등 발언으로 네티즌들과 대립하다, 이슈가 정치권으로까지 번져가자 이내 사과했습니다. SSG은 오너의 실언으로 2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하고, 스타벅스 등 주요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져 진땀을 뺐습니다. 11월 SPC 산재사고의 경우, 빵을 만들다 사망한 피해자의 빈소에 빵을 보내고, 사고 이튿날 공장 라인을 가동하는 등 미흡한 대처가 질타를 받았습니다.

불매운동의 대상에도 일본 기업과 브랜드가 다수였습니다. 2018년부터 5년간 뉴스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일본'이 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정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이 전부 불매운동의 대상이 돼 그 규모와 영향이 전방위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매 언급량 TOP10 기업을 보니, 유니클로가 31.5%로 1위였고, 이어 SPC(10.4%), DHC(10.2%), 롯데(10.2%), 남양유업(9.5%)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장품 기업 DHC는 2021년 9월 결국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주요 기업 4곳(유니클로, 롯데, 남양유업, SPC, 국내 철수한 DHC는 제외)의 평판 변화를 SNS 데이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평판의 지표는 개별 기업을 언급한 SNS 데이터의 긍정 비율(호감도)로 삼았습니다. 유니클로와 롯데는 2019년 7월 노 재팬을 기점으로 호감도가 각각 0.47점, 0.14점 떨어져 불매운동이 평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노 재팬 대상이 된 기업은 평판 회복에도 비교적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유니클로는 노 재팬 이후 약 2년 만에 본래의 호감도 수준을 회복했으며, 롯데의 경우 아직 회복 중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매운동은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사 표현으로도 활용되며, 사회적 이슈에 참여한다는 만족감이 소비자로 하여금 불매운동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개인의 애국심, 역사인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노 재팬의 효과가 오래 지속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갑질·오너 리스크가 반복돼 나타난 남양유업은 평판이 4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2013년 대리점에 주문하지 않은 남은 재고를 '밀어내기'해 전국적 불매운동을 겪은 남양은 2019년부터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혐의 소식이 반복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속적인 평판 하락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자사 유제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광고, 회장 개인의 부당인사 혐의 등이 알려지면서 결국 한 번도 직접 사과를 하지 않던 홍원식 회장이 사의를 발표하게 됩니다.SPC는 제빵기사 불법 파견, 영세업체 디자인 도용, 산업재해 등 다양한 이슈를 겪어왔습니다. 이중 평판에 큰 영향을 준 것은 2021년 던킨도너츠 공장 직원이 도너츠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된다며 영상을 제보한 사건입니다. 식약처의 불시 점검 결과, 실제로 해당 공장과 타 공장이 위생 기준을 미충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년 초, '포켓몬빵'의 재출시로 기업의 호감도가 크게 올랐지만, 다시금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서 평판이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민 중 불매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16.3%였지만, 노 재팬이 일어난 2019년에는 55.8%로 크게 늘었습니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계속 누적돼 지난해에도 35.9%가 불매운동을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개인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미닝아웃*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미닝아웃(meaning-out) : '의미'를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을 탈출하다’ 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기업의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침으로써, 기업의 리스크 관리 및 체제 개선을 촉진하는 효과를 노립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본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사 표현이 가맹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2017년 본사 회장의 성추행이 불거진 A사의 경우, 사건 보도 일주일 내에 가맹점의 매출이 최대 40%까지 줄어 그 피해가 컸습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의 효과와 역효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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