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경제·사회·정치·문화적 연결고리가 강화되면서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문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위한 노력이 2020년 이후 정체돼있으며, 2030년 말까지 약 16%만 달성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 2024 보고서)도 나온 상황입니다.
지속되는 전쟁과 기후 위기, 공급망 위험은 고스란히 국내의 정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역시 성장률 저하, 인구 감소, 정치 및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중장기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일까요. 최근 트리플라잇에는 ‘2030년을 넘어 2050년 중장기 미래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조직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현재 포지션을 진단하고, 10년 또는 20년 이후를 내다보며 전략을 도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트리플라잇은 미래 전략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국내 유관 기관의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더욱 촘촘하게 구성 및 분석하며, 각 기관별 맞춤형 미래 전략 프레임워크를 도출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또한 내부 구성원은 물론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의 의견과 공감에 기반한 전략이 도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하며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장기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 재단, 비영리기관, 스타트업 등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트리플라잇의 글로벌 분석 자료 중 일부를 살짝 공개하려 합니다.
미래 전략을 기획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기회와 위기요인을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WEF, Forbes, UN, Euro monitor, CIFS, Black Rocks, IFRC 등 국제기구, 글로벌 미디어 및 컨설팅 기관에서 발간한 2030~2050 미래 보고서 약 31건을 분석한 결과 총 10개의 메가 트렌드 키워드가 도출됐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핵심 테마는 ‘디지털 기술 혁신’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 전 세계 공급망 위기 등을 해결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디지털 기술 격차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와 정치적 변동성, 빈곤·양극화·불평등 문제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목할 점은 ‘성평등과 여성권리 증진’, ‘아동보호 참여’, ‘건강과 웰니스’ 문제가 향후 떠오를 심각한 이슈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빈곤과 경제적 자립을 넘어서 여성과 아동 등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여 프로세스와 권리 보호가 강화될 전망입니다. 기후위기와 함께 재난재해로 인한 회복탄력성 문제 역시 대비해야 할 어젠다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래 변화 속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가장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메가 트렌드 키워드를 섹터별로 구분해보니, People&Society 비중이 41%로 5개 섹터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는 ‘Technology&Innovation’ 영역(16%)이 뒤를 이었는데요, 교육·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모빌리티 혁신과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 속에서 국내 100대 기업은 어떤 국가의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을까요. 100대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3개국에 사업이 쏠려있는 모습입니다. 비즈니스 연계성이 높은 아시아 및 미국 중심으로 사회공헌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아프리카를 향한 기업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최근 발간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2023~2024)에 공시된 사회공헌 사업을 기준으로, 기업 공식 웹사이트·언론 보도·블로그·유튜브 등 채널에 나타난 내용을 추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100대 기업 국내 사회공헌 현황 자세히 읽기
대다수 기업이 업(業)과 연결되는 사회공헌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거나,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은 농촌 지역 여성을 돌봄 전문가로 교육해 87%의 취업률을 달성했고, 오리온 중국법인은 미취학 아동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햇살 어린이교실’과 영양과 식품 안전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베트남에 삼성빌리지를 준공해 취약계층의 주택과 식수 위생 시설을 설치 및 개선하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게임 내 특별 기부 아이템을 판매해, 8년간 중증 어린이 환자의 의료비 등으로 약 14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사회공헌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사회문제는 무엇일까요. 트리플라잇의 자체 DB 분석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은 주로 복지·웰빙, 교육·훈련에 집중돼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현금 및 현물 기부가 가장 많았고, 학교 환경을 개선하거나 장학금 지원, 취업 연계와 같은 전통적인 복지를 보완하는 사회공헌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 환경 및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사회공헌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해양쓰레기 정화 활동, 나무 식재 활동에 국한돼 있던 사회공헌 사업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으로 활동 양상이 다양해지고 규모도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DB손해보험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심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야생생물 생태학 및 국제생태학교를 지원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사업장 주변의 강물 정상화 사업을 진행하는 등 미래 기후 위기를 대비하는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코웨이는 물 접근성이 떨어지는 말레이시아 지역에 빗물공급장치를 지원하여 식수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건강 테마에 있어서도 신체적인 질병 치료에 국한됐던 모습에서 정신건강, 치매 예방 및 치료, 자폐 예방 및 진료, 아동 학대 대응 등과 같이 범위가 다양해졌습니다.
한편, 100대 기업은 대부분 인프라 지원과 결합된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물품 기부와 임직원 봉사활동을 연계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0대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의 사업별 지표와 성과를 진단한 결과, 정량적 데이터로 성과를 공유한 사업은 59%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사회공헌 지표의 76.7%가 ‘참여자 수’, ‘수료자 수’ 등과 같은 직접적인 결과(Output)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단·장기 성과(Outcome) 지표를 관리하는 기업은 6.8%에 불과했습니다. 특정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금, 기부금 등과 같은 자원 투입(Input) 지표로만 설명하는 경우도 32.9%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아자동차(KIA)는 아프리카 8개국 11개 사업장에서 10년간 진행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Green Light, Project, GLP)’를 통해 나타난 변화를 아프리카 주민 약 3000명에게 직접 물어보는 린데이터 측정과 함께, 자원 투입 대비 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했습니다. 그 결과 10년간 약 371.6억 원의 사회적 성과가 창출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모빌리티 사업(모바일 클리닉, 모바일 스쿨 등)을 통해 절감된 학생 및 주민들의 통원·통학 비용은 6억 436만 원으로, 9,265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1년간 학교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아 GLP 10년 성과 측정 여정 자세히 읽기
한화생명은 베트남 내 아동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아동 학대 예방 캠페인 ‘The HUG-따뜻한 포옹’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30대 젊은 부모 세대를 대상으로 부모교육 라이브토크를 진행한 결과 동시 접속자 수 1,300명을 기록했고, 캠페인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 전화 및 111 상담 건수 또한 전 년 대비 16.6% 증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