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어러, 해외에서는 어떻게 지원할까?

케이스 스터디
2024-05-31

6만 1,000명. 현재 추정되는 국내 가족돌봄청(소)년의 수입니다(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는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살며 돌봄을 책임지는 ‘주돌봄자’ 예상 비율(0.6%)을 적용한 최소 추정치입니다. 여기엔 12세 이하의 가족돌봄 ‘아동’ 수도 빠져있기에, 실제 가족 돌봄을 책임지는 미래세대 수는 훨씬 많을 겁니다.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지원 정책을 실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가족돌봄수당’과 같은 금전적 지원에 그치는 현실입니다.

해외에서도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구성원에게 대가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청(소)년은 오랫동안 ‘숨은 돌봄(hidden carer)’였습니다. 이들이 ‘영케어러(young carer)’로 지칭되며 사회적 지원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2021년 스위스 칼라이도스(kalaidos) 대학 연구진이 영 케어러에 관한 사회적 인식 수준과 법적 지원 체계 여부 등을 국가별로 분석해 1(최상)~7등급(최하)으로 평가한 결과, 1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영 케어러 지원 법령을 마련해둔 영국이 유일하게 2등급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최하위인 7등급(영케어러를 별도의 사회적 집단으로 인식하거나 이들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없는 등급)국가로 평가됐습니다.

영케어러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과 정책은 무엇일까요. 트리플라잇은 칼라이도스대 연구에서 2~5등급을 받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영케어러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 사례를 분석해봤습니다. 많은 비영리단체가 ▲정신건강과 웰빙(mental health&well-being) ▲학업·직업 교육(education) ▲사회적 교류(social life)를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를 테마별로 정리해봤는데요, 영케어러 당사자간 교류를 통해 정서적 지지 기반을 구축해 사회적 고립을 막고, 학업을 이어가며 주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정신건강과 웰빙 : #정서적 지지

캐나다 Young Carers Association의 자기돌봄 프로그램 ‘Powerhouse’
캐나다 최초의 영케어러 지원단체인 Young Caregivers Association는 5~25세 영 케어러에게 일상생활 기술과 자기돌봄 역량을 키우는 Powerhouse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Powerhouse는 개인/집단 상담, 자기계발 워크숍, 여름 캠프 등으로 구성됩니다. 또한 집에서 틈틈히 몸을 움직이며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간단한 요가나 체조 동작을 온라인 영상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결과, 참여자의 90% 이상이 ‘인생이 좀 더 밝아보인다’(95%), ‘더 행복해졌다’(96%), ‘화가 났을 때 전보다 잘 대처할 수 있다’(100%)며 스스로에 대해 한층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변화를 보였습니다.

Powerhouse 프로그램 중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상을 소개하는 ‘Powerhouse at home’ 웹페이지. ⓒYoung Caregivers Assoication

프랑스 JADE의 예술창작 캠프 ‘Ateliers JADE’
프랑스 정부가 영케어러 지원을 위해 출연한 JADE(Jeunes AiDants Ensemble)는 단편영화·연극 창작 활동을 접목한 캠프 Ateliers JADE를 운영합니다. 영 케어러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자기표현을 하며 ‘케어러’로서의 짐을 내려놓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캠프의 목표인데요, 참여자들은 영화감독, 연극배우와 함께  영화 음향 녹음, 특수 분장, 마리오네뜨 인형 제작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경험합니다. JADE는 2023년 현재 프랑스 전역의 19개 기관과 협력해 Ateliers JAD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창작 캠프 Atelier JADE 현장. ⓒJADE

영국 Become의 긴급상담전화 ‘Care Advice Line’
영국의 영케어러 지원단체 Become은 전문 상담팀을 꾸려 무료 전화·모바일 메신저·이메일 상담 서비스 Care Advice Line을 제공합니다. 영케어러를 위한 지원사업 정보 문의부터 심리적 어려움, 진로 고민 등 영케어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폭넓게 다루며, 영 케어러의 돌봄을 받는 가족 당사자나 다른 구성원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업·직업 교육 : #학업 중단 방지 #미래 설계

영국 Carers Trust·the Children's Society의 학교 환경 개선 프로그램 ‘Young Carers in Schools’
Young Carers in Schools(YCiS)는 영케어러에게 친화적인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영국내 초등·중등·고등학교 및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국 돌봄 종사자 지원 네트워크인 Carers Trust와 1881년 설립된 영국 아동보호단체 the Children’s Society의 협력으로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영케어러 현황과 법적 권리 등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영 케어러의 학교생활을 돕는 각종 가이드와 실무 도구를 10단계로 체계화해 제공합니다. 2018년 진행된 YCiS 임팩트 조사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직원의 93%가 ‘가족을 돌보는 중인 학생을 감지하는 역량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73%가 ‘영케어러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향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영케어러 학생들도 ‘자신감과 행복감이 높아졌다’(83%)’, ‘삶의 질이 개선됐다’(85%)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YCiS의 주요 성과. ⓒYoung Carers in Schools

영국 MYTIME의 진로 설계 프로그램 ‘Employability Programme’
Employability Programme은 영국의 영케어러 지원단체 MYTIME이 영 케어러의 진로 계발을 돕기 위해 기획한 교육 과정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취업 역량(employability)’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8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이력서 작성 워크숍 ▲모의 면접 ▲성격검사(personality profiling) ▲1:1 채용 멘토링 ▲전문가와의 커리어 상담 등으로 구성됩니다. MYTIME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임팩트를 측정해 보고서를 발간하는데요, 2021~2022년 과정을 수료한 15~25세 영케어러 34명 가운데 90% 이상이 미래에 관해 자신감을 얻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2022년 Empolyability Progrramme의 주요 성과. 프로그램 참여 후 이력서를 갖게 된 영케어러는 참여 전 대비 74%p 늘었고, 면접에서 자신을 더욱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케어러는 두 배 이상(44% → 93%) 증가했다.  ⓒMYTIME

🤝사회적 교류 : #당사자 연대 #고립 예방

영국 the Children's Society의 당사자 네트워크 축제 ‘Young Carers Festival’
the Children’s Society는 2000년부터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137㎞ 떨어진 햄프셔 지역의 YMCA 야영지에서 매년 여름 영케어러를 위한 축제 Young Carers Festival을 2박3일 동안 개최합니다. 해마다 영국 전역에서 모여든 11~17세 영케어러 600~1,3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물놀이, 캠프파이어, 디스코 파티와 같은 야외 레크레이션을 비롯해 영케어러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필요한 지원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는 ‘Voice Zone’ 등으로 채워집니다.

Young Carers Festival 현장 풍경. 아래 영케어러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Voice Zone' 부스. ⓒthe Children's Society

벨기에 Jeunes&Aidants Proches의 영케어러 지원 공간 ‘Maison des Jeunes&Aidants Proches’
벨기에 프랑스어권 지역(왈로니아)의 영케어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Jeunes&Aidants Proches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지임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2018년 브뤼셀 북서부에 영케어러를 위한 공간  ‘la Maison des Jeunes&Aidants Proches(영케어러의 집)’를 열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문을 여는 이곳은 영케어러가 필요한 정보나 상담,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영케어러 ‘동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듭니다.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다른 영케어러와 교류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영케어러가 조용히 공부에 집중하거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책상과 침대가 마련된 독립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케어러 모임·휴식 공간 'la Maison des Jeunes&Aidants Proches' 내부 모습. ⓒJeunes&Aidants Proches

호주 Little Dreamers의 온라인 당사자 자조모임 ‘Empower Hour’
영케어러 당사자가 2009년 설립한 호주의 영케어러 지원단체 Little Dreamers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웠던 2020년 매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Zoom에서 자조모임 ‘Empower Hour’를 시작했습니다. Empower Hour는 6~9세 영케어러 세션과 10세 이상 영케어러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참여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서로의 고충과 조언을 나누고, 그림 그리기와 같이 간단한 취미 활동이나 게임을 하며 유대감을 쌓습니다.

Little Dreamer의 온라인 자조모임 Empower Hour 세션 스냅샷. ⓒLittle Dreamers

참고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해외 영 케어러(young carer) 지원 제도와 시사점 : 가족돌봄청소년 지원 및 고립 예방을 위한 과제」, NARS 현안분석, vol.42, 2022. 2.
-함선유, 「가족돌봄 청(소)년 현황과 정책 과제」,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 5.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가족돌봄청년, 주당 21.6시간 가족 돌본다',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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