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을 중심으로 기업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Benevity가 18개국을 대표하는 473개 기업 임직원 1,29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 세계 직원 자원봉사 참여율은 전년 대비 57% 증가했으며 총 자원봉사 시간은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2년 대비 3.6배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의 무려 8.6배 수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임직원 자원봉사가 주춤한 한국 기업의 상황과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사무실과 원격 근무가 함께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속에서, 팀의 근무 위치와 관계없이 직원들 간의 결속력과 기업 문화를 강화하는 데 자원봉사가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이 전략적으로 자원봉사 기회를 마련하고, 임직원이 주도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우 참여율이 평균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업 문화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자원봉사를 기획하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임직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트렌드를 짚어봤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굴하여, 이를 직원들의 전문성과 연결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고등학교 교사와 임직원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뤄 학생들에게 컴퓨터 과학 교육을 제공하는 TEALS(기술 교육·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2020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 세계 1,300여 개 학교에서 10만 명이 넘는 학생과 2,000명의 교사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기업 3,000여 곳의 임직원 자원봉사자 7,500명이 TEALS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 과학 교육을 지원했습니다. 맹학교와 협력해 저시력 학생들이 화면 판독 소프트웨어와 점자 디스플레이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텍스트 기반 코딩 언어를 교육하기도 합니다.
씨티그룹(CITI)은 직원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재정적 자립을 돕는 금융 교육, 청년 대상 직업능력 및 경력 개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직원들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콰도르와 페루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자립을 위한 ‘Entrepreneurship in Movement’인데요, 우선 해당 지역사회의 시장 분석을 거쳐 잠재력이 높은 산업 분야를 파악하고, 이민자와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경영 교육을 진행해 관련 잠재력 있는 산업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합니다. 교육 참여자가 발굴한 사업 아이디어는 임직원 자원봉사자들의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보완됩니다. 이를 통해 2019년 이래 3,8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취업하거나 창업에 성공했습니다.
캐논(Canon)은 아프리카의 청년 실업률 문제를 외국 기업에 의존해 각종 영상을 제작하는 국가적 상황과 연결해 해결책을 고민했습니다. 캐논 유럽은 사진, 비디오, 인쇄 산업 분야에서 현지 청년들의 역량을 높이는 ‘Miraish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만 임직원 및 파트너 기관 관계자 30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청년 총 7,000명의 학습을 도왔고, 프로그램을 거친 청년 일부는 캐논 그룹 직원으로 채용됐습니다.
기업에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대신, 직원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흐름도 눈에 띕니다. 3M은 직원들이 자원봉사 팀을 이뤄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또는 정부 기관과 협력해 전 세계의 사회·환경 문제를 기술 기반으로 해결하는 ‘3M Impac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하며 하노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미국, 멕시코, 인도의 3M 직원들은 자원봉사 팀을 이루어 하롱베이 연안 정화 활동을 진행하는 현지 환경단체 ‘Greenhub’와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3M 봉사 팀은 Greenhub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하는 동시에, 지역 농부, 어부, 후원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1:1 미팅을 거쳐 지역사회의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를 발굴했습니다. 이렇게 현지 상황에 관한 이해도를 높인 후, 3M 봉사 팀은 지역 농부들에게 적합한 폐기물 관리 기술을 제안했는데요, 봉사 팀을 이끌었던 3M 직원들은 “일상의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며 3M이 과학을 통해 삶을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IBM은 직원이 자원봉사지로 직접 선택한 개발도상국에서 2~3주를 보내며, 경제발전·교육·건강·환경 등 4대 테마의 문제를 해결하는 CSC(Corporate Service Corps)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여행 및 숙박비는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료와 지침을 제공해,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2020년 기준 4,000명 이상의 IBM 직원이 CSC 프로그램을 통해 40개국에서 1,5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에이즈 감염을 줄이기 위해 가나 보건 당국 및 연구자들과 협력하거나,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환경 관리 전략을 개발하는 등 프로젝트의 주제와 범위도 다양하고 폭넓습니다.
BMW도 ‘BMW Group Charity Program’을 운영하며 임직원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경우 임직원이 거주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BMW그룹은 보다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직원들의 주도적인 참여에 기반한 문제 해결형 봉사가 가능한 이유는 자원봉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독려하는 글로벌 기업 문화 덕분입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회사 자본의 1%, 제품의 1%, 직원 시간의 1%를 기부하는 “1-1-1” 모델을 운영해왔습니다. ‘1-1-1’ 모델의 마지막 1%인 ‘직원 시간의 1%’는 1년 기준 1주일에 해당하는 업무 시간을 봉사활동에 쓰도록 권장하고, 자신이 선택한 비영리단체를 위한 기술 지원이나 멘토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부됩니다. 특히 비영리단체가 기부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팀버랜드(Timberland)는 풀타임 직원에게는 매년 최대 40시간, 파트타임 직원에게는 최대 20시간의 유급 자원봉사 휴가를 제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Path of Servic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재 피해로 인해 쓰레기 공터로 변한 정원을 도시농업공간으로 복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다국적 직원들이 한 팀을 이루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팀에는 팀버랜드 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나 파트너 기관들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봉사를 통해 비즈니스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등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992년부터 누적된 전 세계 팀버랜드 직원들의 자원봉사 시간은 140만 시간에 달합니다.
디즈니(Disney)도 직원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Disney VoluntEAR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봉사를 위한 유급 휴가를 제공 받아, 산호초 보호 활동부터 환아를 위한 담요 뜨개 활동, 지역 공원 미화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직원의 봉사 참여 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직원이 희망하는 비영리단체에 해당 금액을 기부하는 ‘Disney VoluntEARS Grants’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