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라잇과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이 발간하는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연구 프로젝트가 올해로 5주년을 맞았습니다.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사회문제를 진단하여,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지난 5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5주년 특집 ‘2024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리포트 읽기
많은 기관이 증거 기반(evidence-based)으로 의사결정하길 원합니다. 정부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할 때, 공익법인·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이 더욱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이 가중되던 시점, 대한민국 사회문제의 지도로 꾸준히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슈&임팩트 전략·측정 전문 기업 트리플라잇이 5년간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연구를 이어온 이유입니다.
지난 5년간 국민 5,000명은 한국을 ‘살기 힘든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양극화와 불균형, 인식 격차와 갈등, 불안과 불신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 사회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정 경제와 국가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비대면 거리두기의 여파는 이웃-공동체-사회적 관계에 거리를 두는 개인화된 사회로 이어졌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국민의 의지도 급격히 하락했고, 현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이슈가 10년 후 미래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부정적 인식도 커졌습니다.
‘2024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에 담긴 지난 5년(2020~2024)의 종합 인사이트를 요약해봅니다. 또한 올해 특별히 진행된 스페셜 인식조사 결과로 담긴 저출생, 고령화, 이주민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국민의 우려와 기대의 모습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5년간 국민의 삶을 힘겹게 만든 사회문제 Top10
지난 5년간 국민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회 이슈 Top10을 분석한 결과, ‘소득 양극화(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지속적으로 높은 순위(1~2위)를 유지했습니다.
2020~2022년에는 ‘집값 불안정 및 주거 부담 증가’ 이슈가, 2023~2024년에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됐다. 한편,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경기와 정치적 신뢰 회복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환경 영역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폐기물 관리에서 기후 위기로 변화되는 모습입니다. 2020~2021년 ‘플라스틱 사용 및 배출’과 ‘미세먼지 증가’ 이슈가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켰다면, 2022년과 올해 조사에서는 ‘폭염 및 한파 증가’ 이슈가 10위권에 포함됐습니다.
2020년 4위에 올랐던 ‘일·생활 불균형’ 문제가 2023~2024년 3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증가’ 문제가 2021년부터 4년간 지속적으로 10위권에 올랐습니다.
행복감은 회복, 가정·국가 경제 상황은 심각 수준
지난 5년간 국민의 행복감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횡보하다가, 올해 급격히 회복되어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한국이 살기 좋은 사회’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높았던 2021년 이후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가정 및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2020년 4.77점(10점 만점)에서 2024년 3.94점으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가계 및 재정 상황과 사회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40대의 가정 형편이 20·30대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 전 대비 가정 경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20·30대는 작년보다 긍정적인 평가(각각 5.07점, 5.03점/10점 만점)를 내린 반면, 40대 이상은 가정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변(4.63점, 10점 만점)했습니다. 한편, 50대에서 가정 형편이 나아졌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작년보다 많아졌으며, 은퇴가 맞물린 60대 이상은 악화됐으나 이들 모두 5년간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5년간 국민이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이 투입한 예산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100조원의 예산을 배분할 권한이 있다고 가정하고, 국민 1,000명에게 각자 어떤 사회문제에 예산을 얼만큼 투입할 것인지 물었습니.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평균 가장 많은 금액인 19조 1,962만원을 ‘소득(경제) 및 주거불안(19.2%)’ 문제 해결에 배분됐습니다.
약 14조 9,614억원은 ‘고용 및 노동 불안정(15%)’, 10조 6,367억원은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에 배정됐습니다. 2020~2021년 3순위로 배정됐던 ‘삶의 질 저하(9조 3,202억원)’은 4위로 내려앉아, 환경 및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모습입니다.
또한 지난 5년간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은 수준(5년 평균 7점, 10점 만점)이나, 실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 및 지원하겠다는 국민은 2020년 62.7%에서 2024년 57%로 감소한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로 납부할 수 있는 세금은 2020년 21.98%에서 2024년 9.1%로 급감했고, 추가로 낼 수 있는 기부금도 2020년 13만 1,998원에서 2024년 11만 2,220원으로 참여 의지가 낮아진 모습입니다. 추가 봉사 및 재능기부 시간도 2020년 9시간 30분에서 2024년 7시간 53분으로 1시간 40분가량 줄었습니다.
ESG 이해도 높아진 국민···”에너지·안전 대응 시급하다”
지속가능경영의 주요 키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2020년 ESG를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국민이 15.7%에서 2024년 32.8%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이 주목하는 ESG 이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가장 높은 주목도를 보인 이슈는 ‘대체에너지 개발 기술 부족(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 부족, 56.6%)’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부족(54.4%), ‘부정부패 및 뇌물수수(47.8%)’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편, 지속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슈도 있습니다. 최근 부정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경기침체 지속 및 금융산업 경쟁력 부족’, ‘자연재해 증가’, ‘결혼·출산·양육 친화적인 사회시스템 부족’과 관련된 기업 역할에 대해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국민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가족 1위, 건강 2위, 물질적 안정 3위
한국인에게 자신의 삶을 가장 의미있게 만드는 존재는 ‘가족’이며,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회의 모습은 ‘결혼과 양육이 어려운 사회’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가족’을 삶의 근간이자 살아가는 가장 큰 의미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나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가치’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가족(1위, 67.9%)이 건강(47.8%), 물질적 안정(43.2%) 보다 높았고, 자율성 및 독립성(19%)과 취미 및 문화생활(18.5%)가 뒤를 이었습니다.
개인의 삶과 관련된 가치의 순위가 높게 나타난 반면, 공동체 및 사회(6.9%), 봉사 및 나눔(5.8%), 이웃(3.5%) 등 타인과의 관계성이 중요한 항목을 꼽은 국민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특히 이웃(5.3%) 보다 반려동물(5.6%)이 높게 나타나 서로간의 신뢰가 낮아진 사회상이 반영된 모습입니다. 한편 물질적 안정을 선택한 국민이 43.2%로 많았지만, 수입의 기반이 되는 커리어 및 경제활동(11.9%)이나 배움(9.8%)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회 모습 1위는 ‘저출생 대물림’
국민들은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기 어려운 사회가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나 ‘노인 빈곤과 우울감이 심화된 사회’ 보다 해결이 시급하다고 할 만큼, 미래세대를 위해 ‘저출생의 대물림’을 끊고 싶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녀가 없는 20~49세 국민 320명 중에서 향후 자녀를 희망한다는 이들은 절반 수준(55%)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 희망 정도는 가치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가치로 ‘연인(60.8%)’과 ‘공동체 및 사회(59.5%)’를 선택한 국민의 자녀 희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반면, ‘생활환경 및 인프라(31.2%)’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은 자녀 희망 정도가 낮게 나타나, 자녀 양육에 따른 생활 여건의 변화를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한국 사회 모습을 물어보니, 국민들은 ‘결혼하는 것과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어려운 사회(32.6%)’를 1위로 꼽았습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극심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이어지는 사회(32.4%)’, ‘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불안정한 사회(26.7%)’가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국민들은 ‘일·가정 양립 지원(80%)’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경제적 지원(76.7%)이나 양육 지원(73.5%) 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실제로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이 바라는 정책과 무자녀 희망 국민이 바라는 정책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은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중에서 ‘육아 휴직 의무화’를 1위로 꼽은 반면, 무자녀 희망자는 ‘유연근무제 또는 근로시간 단축’을 1위로 선택했습니다. 또한 경제적 지원 정책 중에서 자녀를 희망하는 국민은 ‘아이를 낳은 가정에 주택 제공’을 1순위로 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은 ‘매달 부모 급여와 아동 수당 지급’을 1위로 꼽았습니다. 실제 자녀를 계획하고 있는 국민이 바라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민 4명 중 1명, “65세 이후 노후 생활 자신 없다”
국민의 24.5%가 ‘65세 이후 적절한 생활 수준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고, 연령별로는 40대(27.4%)가 가장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노후 자신감은 행복도 및 사회적 지지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현재 ‘행복하다’고 응답한 이들(48.6%)은 그렇지 않은 이들(20.2%)에 비해 노후에 대한 자신감이 2배 이상 높았고, ‘힘들 때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2명 이상(43.1%)인 이들이 0~1명인 국민에 비해 17.1%p 높았습니다. 특히 국민들은 노후 생활에서 ‘신체적 건강 악화(54.7%)’, ‘노인 빈곤 및 불안정한 노후생활(54.3%)’, ‘의료비 부담 증가(52.7%)’를 가장 우려했습니다.
외국인 이주민, ‘자녀의 친구’로는 좋지만 ‘직장 상사’로는 불편해
국민 1,000명에게 외국인 이주민을 떠올릴 때 가장 가까운 모습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결과, ‘한국인과 서로 화합하여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47.5%)’,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35.2%)’,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33.9%)’, ‘강제 추방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29.1%)’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사회 속 외국인의 모습을 친근하게 느끼는 한편, 그들의 권리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모습입니다.
외국인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어떠할까요. 국민 3명 중 1명(31%)이 ‘외국 이주민이 직장 동료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고, 국민의 절반 이상(51.6%)이 ‘외국 이주민이 직장 상사가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다문화 학생이 자녀와 같은 반 학생이 되거나(18%)’, ‘자녀의 친구가 되는 것(17.2%)’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외국인 이주민을 떠올릴 때 ‘강제 추방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나 ‘외국인 범죄자’의 모습으로 인식한 국민이 상대적으로 외국인 이주자와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