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황’ 보다는 ‘침체’, ‘불황’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들려오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임팩트 투자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의 순자산총액(AUM) 은 3,710억 달러(한화 약 410조 원, 305개 기관 기준)에 달하며, 2017년부터 연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GIIN), 2023 GIINInsight: Impact Investment Allocation, Activity & Performance

임팩트 투자 시장이 조성되기 시작한 무렵에만 해도 자금 조달 자체가 당면 과제였지만, 유입 자금이 늘어나면서 펀드의 차별화와 더불어 시장의 주류 자금을 임팩트 투자 시장에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임팩트 투자 시장의 이목이 전 세계 GDP의 69%에 달하는 연기금* 자산에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직접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는 연기금은 2% 수준(GIIN, 2022년 기준)으로 아직 미비하지만, 임팩트 투자자산운용사들은 운용자산의 20.2%를 연기금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팩트 투자 시장으로 흘러드는 자산 증가율도 2017년부터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입자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소득의 일부를 적립하고 특정 연령이 되면 정기 급여 형태로 돌려받는 사회 보장 제도인 ‘연금(pension)’으로 구성된 자금을 가리킨다. 연기금 관리 기관은 연금 지급액을 공제한 차액을 저축·투자·거래 등의 형태로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임팩트 투자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 연기금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보며 ‘임팩트 투자의 모멘텀이 주류 자본시장에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자산소유자들이 임팩트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건데요, 그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봅니다 : 첫째, 임팩트 투자의 수익률이 일반 투자 시장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면서 ‘임팩트 투자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주류 자본시장의 오해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GIIN이 임팩트 투자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가 재무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답했으며, 3년간 실현 수익률의 중간값과 목표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또한 공도 주식, 대출, 예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목표 수익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연기금 자산의 실 소유주인 동시에 수혜자인 고객들이 ‘투자의 사회·환경적 영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 지속가능 투자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77%가 “사회·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며 수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54%는 “향후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자산 할당분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연기금 운용 기관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할 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러한 고객의 요구 변화는 앞으로 연기금의 임팩트 투자 참여를 촉진하는 동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팩트 투자 뛰어든 해외 연기금 : 일본, 네덜란드, 영국

실제로 연기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임팩트 관점을 반영하는 나라들도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인데요,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공적연금(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이하 GPIF)은 단일 기관 자산 규모 기준 세계 1위(1조4,486억4,300만 달러, 한화 약 1,992조1,740억 원)의 대형 기금입니다. GPIF는 2023년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거래소 운영기업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를 임팩트 투자 평가 기관으로 선정하며 임팩트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ICE는 GPIF가 수행한 임팩트 투자 펀드의 탄소 배출량, 재생에너지 발전량,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임팩트 성과를 관리하고 긍정적 부가가치를 얼마나 창출했는지(additionality) 평가합니다.  ICE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GPIF가 2022년 임팩트 투자로 감축한 탄소 배출량은 약 4억 tCO2eq에 달합니다.

GPIF는 ICE와 협력해 임팩트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산업 분야와 기업을 식별했는데요, ▲무공해차량(ZEV, 16개 기업) ▲ 공공재화생산(Utility, 12개 기업) ▲광물 자원(8개 기업) 등이 그 예입니다. GPIF는 앞으로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환경 보호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임팩트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임팩트 투자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국가 중 하나인 네덜란드는 2016년 정부와 중앙은행, 국내 18개 금융 기관이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관한 투자를 촉진하는 SDG-Investing(이하 SDGI) 이니셔티브를 출범했습니다. SDGI에 참여한 기관들은 2030년까지 달성한 성과와 남은 과제를 해마다 측정·평가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네덜란드 투자자협회(VBDO)에 공유하는데요, VBDO는 이를 보고서 형태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VBDO가 발행한 SDGI 성과 보고서 중 임팩트 평가 관련 내용. ⓒVBDO

또한 VBDO는 연기금의 책임 있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국의 가장 큰 50개 연기금 및 보험사의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벤치마크 평가를 진행하고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습니다.

VBDO의 연기금 및 보험 회사 지속가능한 투자 벤치마크 평가 모델. ⓒVBDO

네덜란드의 최대 공적 연기금인 ABP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주목할 만합니다. ABP는 신흥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신흥국 SDG 프로젝트를 위한 민간 신용 자금(ILX Fund)에 건설업 종사자 연금인 BpfBOUW와 함께 7억5,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신흥국 SDG 달성 프로젝트 투자 외에도, ABP는 화석 연료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고, 담배·무기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등 스크리닝 전략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관리해왔는데요, 최근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주택과 에너지 등을 위한 프로젝트 및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300억 유로(약 44조3,000억 원)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하며 임팩트 투자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방 정부 연금 제도(Local Government Pension Scheme, 이하 LPGS)를 통해 86개 지역의 연기금을 관리하며,  LPGS로 구성한 자금(LPGS fund, 한화 약 621조 원 규모)을 지역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지역에 걸쳐 다양한 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8개 공동 자금(LGPS Pool)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9년부터는 임팩트 투자 관련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해 파트너 기관들이 임팩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LGPS 공동 자금 중 하나인 브루넬 연금 파트너십(Brunel Pension Partnership)은 동서부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방치된 공장 부지를 매입해 저렴한 임대 주택을 조성하거나, 영국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개발에 투자하는 등 주거 환경 개선부터 생물다양성 보존에 이르는 다양한 범위의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습니다.이뿐만 아니라 TCFD, TNFD, IIGCC, UNPRI에 가입해 임팩트 투자·공시 관련 정책을 체계화했으며,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2023년에는 유럽 내 연기금을 대상으로 하는 IPE Awards의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브루넬 연금 파트너십이 콘월(Cornwall) 지역의 유휴 공장 부지에 조성한 포용적 임대 주택 프로젝트. ⓒBrunel Pension Partnership

연기금의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고대하며

지역사회 문제 해결부터 글로벌 SDGs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까지, 연기금이 임팩트 투자에 참여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연기금이 ‘세계 최대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가별 연기금 순자산총액 점유율 7위인 우리나라만 해도, 연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느라 사회적 임팩트는 여전히 뒷전인 모습입니다. 한편, 연기금의 주인이자 이용자는 ‘국민’이기에, 연기금을 운용하는 주체들은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이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트리플라잇은 연기금 운용기관과 함께 투자의 임팩트를 정의·측정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날이 오길 고대하며, 임팩트 투자의 가치와 성과를 높이며 이를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에 전달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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