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즐겁게,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최근 트리플라잇이 임팩트 전략·측정을 진행하는 컨설팅 과정에서 자원봉사 고민을 불쑥 꺼내놓는 기업이 부쩍 늘었습니다. 영하권의 추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연말 자원봉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모습입니다. 특히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실무자들은 직원들의 참여율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찾느라 분주해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 자원봉사가 비대면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재편이 되면서, 자연스레 임직원 봉사 규모가 축소됐고, 이러한 흐름은 엔데믹 선언 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ESG 공시 및 평가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자원봉사 관련 예산이 줄어든 점도 타격이었죠. 특히 MZ세대 직원의 봉사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참여형 봉사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어떤 대상을 지원하고 있을까요? 트리플라잇이 최근 발간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2023~2024)에 공시된 자원봉사 활동 및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기업 공식 웹사이트·언론 보도·블로그·유튜브 등 채널에 나타난 내용을 추가 분석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100대 기업 국내 사회공헌 현황,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00대 기업의 자원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당 평균 2.7개의 자원봉사 활동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거나 지원을 받는 대상은 아동·청소년이 34.7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100대 기업 사회공헌이 주목한 대상으로 영유아·아동·청소년이 55.12%로 과반이 넘었던 것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다음으로는 농어촌·재해지역·지역사회가 23.05%, 장애인 13.12%, 노인·어르신 10.28%, 소외계층·미혼모·성소수자가 10.64% 순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문화·탈북민은 2.84%에 그쳤는데요, 국내 사회공헌 활동의 23%가 다문화·탈북민 대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밖에 소상공인(1.77%)과 국가유공자(0.71%)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 운영되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국내 100대 기업은 임직원 재능기부 및 멘토링을 통한 교육 및 역량 강화(43.84%)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진로/학습 교육(34.25%)과 디지털 역량 및 기술 교육(3.65%) 봉사활동이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삼성SDS는 임직원의 AI 역량과 경험을 나누는 온라인 IT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자원재활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아동용 친환경 팝업북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임직원 200여 명이 참여해 총 1,136권을 제작해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했습니다(2022년 기준). KT는 20년 가까이 전·현직 직원들이 ICT 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IT서포터즈를 진행하고 있고, 복지부와 협력해 전국 사회복지사 6만명을 대상으로 DX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환경 및 기후변화와 연계되는 자원봉사 활동 비중이 31.51%로 늘어난 것입니다. 취약계층 지원(26.03%), 의료 및 건강 지원(9.13%), ‘사회통합 및 문화 활동(6.39%)’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환경 및 기후변화 관련 자원봉사 중에서는 해양쓰레기 수거, 플로깅, 도시 숲 조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등과 같은 환경 정화 활동이 가장 많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2009년 전문 다이버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을 중심으로 클린오션봉사단을 발족해 수중 정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1만9,000여 명의 봉사자가 총 7만7,472시간에 걸쳐 수거한 해양 쓰레기의 양은 2,060톤에 달합니다(2022년 기준). 쌍용C&E는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공장 인근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생태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서식지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2022년 생태탐사단 1기를 모집하고, 임직원들이 생태 전문가와 함께 파주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모니터링·기록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료 및 건강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로는 헌혈이 가장 대표적이고, 임직원이 안티푸라민 나눔상자를 제작해 국가유공자 어르신께 전달하는 유한양행처럼 의료품 지원 활동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회통합 및 문화 관련 자원봉사는 비교적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트렌드가 보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의 재능기부를 기반으로 시작된 ‘우리 동네 유휴공간 프로젝트’로 빈 한옥을 북촌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북촌 주민 투어 프로그램을 연계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고, 효성은 임직원의 목소리 기부를 통해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및 지역 농가 활성화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들도 눈에 띕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인천 지역 발달장애인 지원사업장 및 제로 웨이스트샵 등 사회적기업 및 소상공인과 협업해 임직원 기부물품 바자회 ‘2023 모두의 마켓’을 진행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농민들의 일손을 돕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을 지원하는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2022년 기준 임직원 964명이 농촌 마을을 34회 방문하며 자원봉사 참여율 32%을 기록했습니다.
국민들은 어떤 자원봉사 활동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최근 자원봉사 주간(2024.11.18~24) 인기 검색어로 비대면, 유기견, 온라인, 도서관, 연탄, 마라톤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올라있습니다(1365자원봉사포털). 가장 많이 본 시간 인증 자원봉사 Top5는 △단풍줍GO!쓰담걷GO!(환경정화) △(비대면)메모리게임 컬러링 색칠하기 △(온라인/비대면) 사진찍는 플로깅 △(비대면/온라인) △에코빙고챌린지 탄소중립실천 자원봉사 활동입니다. 비대면, 온라인 봉사와 환경 정화 활동을 선호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이 선호하는 자원봉사와 국내 100대 기업이 집중하는 봉사활동 유형은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요. 2024년 1365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진행된 자원봉사 유형으로는 생활편의형 자원봉사가 24.26%와 안전·방법(18.34%) 활동이 가장 많습니다. 반면, 100대 기업 자원봉사로는 교육(28.31%), 환경보호(10.5%)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습입니다.
온라인·비대면을 선호하는 개인 자원봉사자의 경우, 문화행사 참여(9.17%) 봉사에는 기업(4.11%) 보다 많이 참여했고,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지원(2.825) 봉사에는 기업(7.76%) 보다 현저히 적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약품 지급이나 헌혈 캠페인과 같은 보건의료 관련 봉사는 기업 참여 비중(7.31%)이 개인(1.10%)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봉사 및 재능기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트리플라잇과 CSES가 공동 연구한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2024)에 따르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봉사 및 재능기부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2020년 80.4%에서 2024년 74.1%로 떨어져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월 평균 추가로 할애할 수 있는 봉사 시간도 2020년 월평균 9시간 30분에서 2024년 7시간 53분으로 1시간 37분 가량 줄었습니다.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2024) 자세히 읽기
자원봉사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가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봉사 및 재능기부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0대가 62.1%로 가장 낮았고, 30대(71.4%), 40대(74%), 50대(79.7%), 60대(79.3%)로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반면,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지난 5년간 꾸준히 7점(10점 만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전문 기관 및 단체와 함께 지역사회의 이슈와 니즈를 발굴하고, 이렇게 발굴한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자원봉사 기획과 기업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