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입니다. 2017년 12월 20일, 꿀벌의 가치와 위기를 알리기 위해 국제연합(UN)이 5월20일을 ‘꿀벌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왜 꿀벌을 위해 유엔까지 나선 것일까요? 2017년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40%인 8,000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꿀벌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 현재 미국 내 꿀벌의 40%가 넘는 수가 실종됐고,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해마다 꿀벌이 30~40%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꿀벌이 실종되면서 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졌고, 대책 마련과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꿀벌의 날’을 지정하게 된 것이죠. 과학자들은 오는 2035년엔 꿀벌이 완전히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답니다.
약 2년 전부터 꾸준히 ‘꿀벌 실종’에 대해서는 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많이 접해보셨을 거예요. 꿀벌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꿀벌들의 군집 자체가 집단으로 사라지는, 말 그대로 ‘실종’되는 이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군집붕괴현상(CCD)’라고 부르는데요. 2006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꿀벌이 갑작스럽게 집단으로 폐사하는 사건이 처음 보고된 이후로 다음 해인 2007년 캘리포니아에서도 벌통의 50~90%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CCD 사례가 보고됐어요.
CCD는 비단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양봉협회가 2021년 10월부터 22년 3월까지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159개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요. 협회에 등록된 전체 양봉 농가(2만 3582곳)의 17.6%가 피해를 본 셈이죠. 평균적으로 벌통 하나당 2만 마리의 꿀벌이 산다고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최소 77억 809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입니다.
2021년에 발생한 ‘꿀벌 집단 실종’ 사례를 기점으로 ‘꿀벌 실종’에 대한 기사와 관련 보고서도 쏟아져 나왔어요.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보다도 2021년 한 해의 언론 보도 수가 무려 60배 이상 많이 보도됐습니다.
올해 피해는 작년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양봉농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입니다. 한국양봉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월동기 기준)의 피해를 조사했는데, 전국 벌통 153만 8000여 개 중에서 62%가량인 94만 개 벌통에서 꿀벌이 폐사했다고 해요. 이는 전년보다 피해규모는 약 3배가 크고, 실종 수도 최소 2배가 많은 수치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여 종의 농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돕는다고 해요. 우리나라 100대 농작물 중 38~42종 또한 화분매개의존 작물이죠. 그만큼 우리가 먹고 있는 농작물들에게 있어서 꿀벌의 실종은 생각보다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제 학술지 <란셋>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인공 수분도 가능하긴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을 띄워 꽃가루를 뿌리는 방식도 가능해졌지만, 꿀벌을 통한 수분은 열매가 열리는 비율(착과율)이 높고 인공 수분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이점이 있어요. 꿀벌 수분이 선호되는 이유죠.
만약, 꿀벌이 실종을 넘어 멸종된다면 우리의 식탁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물론 당연히 꿀은 더 이상 볼 수 없겠죠. 그럼 그 외의 식품들은 괜찮지 않겠냐구요? 꿀벌의 수분이 멈추면, 40% 가량의 화분매개의존작물을 재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꿀벌에 의존하던 농산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습니다. 평소 알차게 차려지던 우리의 식탁이 황량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 수도 있어요. 꿀벌 실종 사건은 결코 우리의 일상과 먼 일이 아니라는 사실, 공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