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임팩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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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7

2025년을 맞이한 지 이제 두 달이 지났지만, 전 세계 소셜 임팩트 현장에는 벌써부터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마치 한 발로는 혁신의 가속 페달을, 다른 발로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2025년 1~2월 동안 해외 경제·임팩트 관련 매체 20여 개를 모니터링하며 스크랩한 기사 87건을 토대로 올 한 해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임팩트 현장의 3가지 트렌드를 분석해봤습니다.

#DEI : 자취 감추는 DEI 정책

줄곧 ‘다양성’, ‘정치적 올바름’ 등 진보 세력의 주요 의제에 관한 강한 반감을 표현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축소하거나 폐기하는 미국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DEI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일부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 알파벳(구글 모 회사), 매년 DEI 달성 보고서를 따로 발간해온 맥도날드 등 여태까지 DEI에 ‘진심’인 듯했던 기업들마저 反 DEI 흐름에 합류하는 모습입니다.

기업 뿐만 아니라 투자 섹터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포착됩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부터 적용될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며 기업 이사회 구성에 관한 다양성 지표를 폐기한 데 이어, 뱅가드도 지난 1월 말 이사회 구성 고려 요소에서 ‘성별’, ‘인종’ 등 다양성 관련 항목을 삭제한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근 미국 기업의 이사 선임 관련 의결권 자문 시 다양성 요소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는데요, 이로써 더 많은 미국 기업이 DEI 정책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DEI 정책 폐기,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집행 중단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은 글로벌 임팩트 현장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rawpixel.com/ U.S. Navy Medecine

#지속가능성 : #경제 #에너지에 밀려나는 지속가능성

DEI와 함께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도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가장 급격한 쇠퇴 양상이 두드러지는 곳은 미국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이니셔티브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습니다. 파리기후협정을 ‘다시’ 탈퇴하겠다 선언했고, 친환경 정책의 초석을 다진 범 부처 워킹 그룹(Interagency Working Group on the Social Cost of Greenhouse Gases)을 해체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해 배정됐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집행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기업의 기후 공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규정의 추진 시점을 늦추려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의 근간을 다져온 유럽연합(EU)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탐지된다는 겁니다. EU 집행위원회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EU 공급망 실사법”이라 불리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을 대폭 완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관련 규제 완화를 의식해 유럽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독일, 프랑스는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스페인, 덴마크 등은 “EU의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주도하는 국제연합(UN)의 상황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2025년 2월 10일까지 국가별로 새로운 2035년 목표를 수립해 제출해달라는 UN의 요청에 주요 20개국(G20) 중 절반가량인 12개국만 응하면서, UN의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탄소 배출량 상위권 국가들의 행보가 우려되는데요, 미국은 2035년 목표를 제출했지만 트럼프 정권 아래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중국, 인도, 러시아는 마감 시한이 지나도록 새로운 목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보다 현재의 위기를 우선시하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난관입니다.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이유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속도를 늦추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이 약속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목표 상향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후테크 : 정책 역풍 속 탄력 받는 기후테크

정책 측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기술·기업 영역에서는 기후테크의 성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부터 친환경 기술 솔루션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는데요, 숲을 조성해 탄소를 흡수·제거하는 미국의 체스트넛카본(Chestnut Carbon)은 약 1억6,000만 달러(한화 약 2,306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녹색 수소(green hydrogen)’를 생산하는 스톰피셔하이드로젠(StormFisher Hydrogen)은 프랑스 소재 투자사 HY24의 청정 수소 인프라 펀드로부터 5,000만 달러(약 721억 원)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청정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도 기후테크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와 파트너십을 맺어 476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 에너지를 확보했는데요, 참고로 아마존은 2020년부터 5년째 ‘세계에서 재생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북미 지역 기반 에너지 기업 EDPRNA의 신규 태양광 발전 사업 3건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이처럼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후테크 솔루션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빅테크업계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 중립 어젠다에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최근 1억6,000만 달러(약 2,306억 원) 투자금을 유치한 체스트넛카본이 미국 아칸소 주 푸어셰이라파브강 인근에 조성 중인 숲. ⓒChestnut Carbon

#DEI #지속가능성 #기후테크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2025년 글로벌 임팩트 생태계 트렌드를 한 줄로 요약해봅니다 : “기술·기업 주도의 진전과 정책·규제 측면의 후퇴가 동시에 진행된다”. 언뜻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부디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달했을 때 지금보다 반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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