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자본이 기후변화만큼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이 주 원인이 되어 100만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등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협 받고 있습니다. 자연자본 위험은 자연자원 및 생물다양성 감소로 야기되는 위험을 말합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 WEF)는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내 발생할 전 세계 10대 위험 중 3위에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산림과 습지 면적이 산업화 이전 대비 각각 약 68%, 13%까지 대폭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주요 생물서식지인 산림·농경지가 감소하고 국가보호종 수가 증가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 자연자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한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가치 평가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트리플라잇에도 생태계 손상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의 사회·환경적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싶다는 조직들의 니즈가 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화폐화 시리즈 마지막 3탄에서는 생태계서비스의 화폐가치 측정방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사회적 가치 화폐화 1탄과 사회적 가치 화폐화 2탄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새천년생태계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MEA 2005)는 생태계와 인간의 웰빙 사이의 연결을 주목하면서 생태계로부터 인간이 얻는 중요한 혜택을 설명하기 위해 “생태계서비스”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 기능들로부터 인간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얻는 편익(benefit)을 말합니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Ecosystems and Biodiversity, TEEB)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생태계서비스를 명확히 분류하고 평가하기 위해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4가지 유형에 따른 경제적 가치 평가로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생태계의 보존 및 지속가능한 관리,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합니다.
2021년 BCG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이 놀라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손실은 비즈니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기능 감소로 인해 세계 경제에 연간 5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손실에 대한 식품, 에너지, 인프라, 패션 산업의 기여도가 90%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4가지 생태계서비스의 연간 가치를 합하면 최소 150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TEEB 이니셔티브 연구). 이는 전 세계 GDP 규모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4가지 생태계서비스 유형 중 대기 정화 및 이산화탄소 저감 등을 포괄하는 조절서비스가 총 가치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최근 트리플라잇은 국내 한 공공기관과 함께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화폐화 하는 측정을 진행했습니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21개 주요 사업 중에서 특히 생물다양성 인식을 높이는 시민 대상 걷기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개인-지역-사회에 나타난 직·간접적인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특히 4가지 생태계서비스 유형 중에서, 사람이 생태계를 통해 얻는 심미적 가치, 생태관광, 교육 등 정신적 삶에 주는 문화서비스(Cultural Services)를 중점적으로 화폐가치를 측정해 투입 대비 가치 창출 금액을 추정했습니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문화서비스로는 대표적으로 국립공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국립공원연구원은 21개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화폐화 해 측정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특성을 반영해 14개의 핵심 측정 지표를 개발해 평가했으며, 대표적인 핵심 지표 정의와 산식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 기준 21개 국립공원 생태계서비스 가치는 총 62.33조원으로 평가되었으며, 탄소저장의 가치가 13.8조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서식지의 가치가 12.4조원, 대기오염물질 저감가치가 9조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태계서비스 유형별로 보면 공급서비스 가치는 2.7조원, 조절서비스 가치는 23.84조원, 문화서비스 가치는 13.28조원, 지지서비스 가치는 22.51조원으로 측정됐습니다.
국립공원 중에서는 특히 지리산이 6.06조원으로 가장 높았고 소백산이 4.75조원, 설악산은 4.32조원으로 순이었습니다. 국내 해상·해양공원만 보면 다도해 해상공원이 3.23억원으로 가장 높게 평가됐습니다.
생태계 자산과 흐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한계는 국내총생산(GDP) 등 기존의 통계만으로 환경오염 및 자원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에 UN은 환경경제통합회계시스템(SEEA: System of Integrated Environmental and Economic Accounts)을 개발했습니다. 산림 자원·물·공기 등 자연 자본도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이용되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산림 벌채·광물 채굴 등 자연 자산이 감소되거나 환경 손실분을 화폐 가치로 평가해 반영하도록 합니다. 특히 생태계 자산과 생태계 서비스를 금전적 가치로 측정하고 그 변화량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다양한 경제적 가치 평가 기법을 사용하여 도출하기 때문에, 삶의 질 측면에서도 다른 제품 및 서비스와 비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치화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또 중요한 모든 것이 다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는 공공재 특성을 가진 영역이 많습니다. 생태계서비스의 가치 측정 사례에서 보듯 생태계 복잡성을 제외하고도 시장에서 적용하는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화폐가치로 환산하는데 왜곡이 생기기 쉽고, 모든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에 트리플라잇은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 할 때, 목적과 활용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것’은 의사결정이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하나의 고려사항이 될 수 있으나, 절대적인 기준이 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자연자본의 가치는 자연 그 자체 뿐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는 생물들, 개인과 지역 공동체까지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트리플라잇이 사회적 성과별로 이해관계자를 명확하게 식별하고, 해당 수혜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실제 발생한 변화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다가오는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위협에 대한 경제·사회·환경적 임팩트(Impact)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