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연간 최소 4조 달러(약 5,464조원)로 추정됩니다(UNCTAD). SDGs가 공표된 2015년에 예상한 연간 2조 5,000억 달러(약 3,415조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극심해지는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계속되는 전쟁과 분쟁 등 전 세계를 뒤흔드는 복합적인 위기로 인해 상황이 악화한 것입니다. ▶더 읽을 거리 : 🔎10가지 키워드로 읽는 글로벌 메가트렌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금 격차가 커지자, SDGs를 중요 성과 지표로 삼는 임팩트 투자업계도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하려면 임팩트 투자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더 다양해져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사회적 임팩트보다는 수익을 우선 추구하는 민간 부문의 투자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더 읽을 거리 :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는 🔎글로벌 자선재단과 🔎해외 연기금
전통적인 재무적 투자자를 임팩트 투자 시장에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공공자본과 민간자본이 결합된 혼합금융(Blended Finance)입니다. 혼합금융은 SDGs 달성이라는 궁극적 목표 아래, 정부나 국제개발협력기관과 같은 공공재원 외에 자산운용사와 같은 민간 영역의 재원이 신흥국·개도국(EMDE)의 공적 개발 프로젝트에 유입되도록 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 방식입니다.
혼합금융 구조에서 공공부문 투자자는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낮은 이율을 수용하고 손실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입니다. 공공부문 투자자는 투자 규모를 키워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고, 민간부문 투자자는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혼합자본의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전 세계 혼합금융 시장이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이후 떠오르는 키워드는 ‘다양성’과 ‘포용성’ 입니다. 특히 여성 기업의 성장과 문화예술 분야의 가치를 높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트리플라잇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4곳*의 금융 서비스 투자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선정 기준 :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의 투자자 협의체(Investor’s Council) 소속 기관(58곳)과 ▲임팩트에셋(Impact Assets)이 선정한 2024년 주요 임팩트 투자기관 50곳(IA 50) 가운데 ▲혼합금융 백서를 발간하는 등 혼합금융 관련 자체 연구를 진행하거나 혼합금융 펀드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기관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남녀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때 7조 달러(약 9,639조원) 규모의 경제 성장 효과가 창출된다고 분석합니다. 그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남성에 비해 취약한데요,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개도국의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트리플라잇이 분석한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 투자한 혼합금융 사례 중 다수가 여성 기업가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일 겁니다.
임팩트 투자업계에서는 성평등 관점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젠더렌즈 투자(Gender Lens Investing)’를 실천하기도 하는데요, 스위스의 임팩트 투자사 블루오차드파이낸스(BlueOrchard Finance)도 그 중 한 곳입니다. 블루오차드 파이낸스는 2016년 동남아시아 여성 영세기업가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의 공공·민간부문 투자자들과 협력하여 JAWEF(Japan ASEAN Women Empowerment Fund)를 조성했습니다. JAWEF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같은 정부 출연 국제개발기관 외에 젠더렌즈 투자를 해본 적 없는 민간 보험사(스미토모생명보험상호회사)와 자선재단(사사카와평화재단)이 참여한 것이 특징입니다. 2019년 기준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7개국의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MFI) 24곳을 통해 총 2억4,100만 달러(약 3,315억원)이 여성 기업가 25만명의 사업자금으로 대출되었습니다.
독일의 임팩트 투자사 파이낸스인모션(Finance In Motion)을 비롯해 독일 GLS은행, 네덜란드 ASN은행 등 민간부문 금융기관과 독일 KfW개발은행, 독일연방 경제협력개발기구(BMZ), 유럽연합위원회 등 공공부문 개발기관 20여 곳이 참여한 EFSE(European Fund for Southeast Europe)는 유럽 남동부 16개국의 영세·중소기업가에게 장기대출자금을 제공합니다. 파이낸스인모션은 EFSE의 여성 기업 투자 성과를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는데요, 2005년 펀드 출범 이래 2022년까지 여성 영세·중소기업가 51,000명이 EFSE로부터 자금을 융자 받았고, 영세·중소기업 여성 직원 864,000명이 간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한 2022년 기준 EFSE의 파트너 대출기관 74곳 중 26%가 여성 영세·중소기업가 고객에 전략적으로 주력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의 41%를 여성 고객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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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문화예술 영역은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미 많은 현장에서 사람들의 정서적 웰빙과 소통을 증진하는 사회적 임팩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가를 지원하는 주체는 대체로 관련 공공 부처나 자선재단과 같은 비영리기관인데요, 이들 기관의 자금을 마중물 삼아 혼합금융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 분야 임팩트 투자를 촉진하는 사례들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영국 문화예술 조직의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활동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조성된 ACIF(Arts&Culture Impact Fund)입니다. ACIF는 영국예술협회(Arts Council England), 영국복권기금(National Lottery Heritage Fund)과 같은 공공자본과 에스메페어베인재단(Esmée Fairbairn Foundation), 프리랜드재단(Freelands Foundation) 등 필란트로피 자본, 그리고 영국 임팩트 투자사 베터소사이어티캐피털(Better Society Capital, Big Society Capital의 새 이름)과 사회혁신 컨설팅기관 네스타(Nesta),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과 같은 민간자본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2032년 상환을 조건으로 총 2,300만 파운드(약 403억원)를 문화예술 기업·비영리단체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소규모 미술관, 대안공간, 무용단, 예술교육 사회적기업 등 27개 조직이 880만 파운드(약 154억원)를 투자 받았습니다.
혼합금융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프랑스 임팩트 투자사 I&P(Investissseurs&Partenaires)는 아프리카 영세·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I&P Acceleration 트랙은 씨드 투자 외에 기술 지원(Technical Assistance), 멘토링,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데요, 2019년에는 프랑스개발청(AFD)의 자금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스타트업을 위한 I&P Accelaration 펀드·프로그램인 Afrique Créative를 출시했습니다. Afrique Créative는 가나, 모로코,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튀니지 등 7개국의 음악, 영화, 디자인, 공예, 패션,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 등 8개 영역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기업당 평균 4만8,000유로(약 7,160만원) 규모의 씨앗자금과 엑셀러레이팅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2019·2022년 두 차례에 걸쳐 17개 스타트업에 220만 유로(약 32억8,000만원)가 지원됐는데요, 그 결과 일자리 62개가 창출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 85건이 출시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