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본, 지난 5년의 흐름 읽기

데이터 인사이트
2024-09-24

우리나라 임팩트 투자 시장은 2017년 정부 주도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실행되면서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2017년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한국성장금융)이 ‘사회투자펀드’를, 2018년 한국벤처투자가 중소기업진흥공단 모태펀드에서 ‘소셜임팩트’·’사회적기업’ 분야에 출자하면서, 임팩트 투자 시장의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한 덕분입니다.

2019년 들어서부터 환경,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펀드도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무적 수익을 내는 동시에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해 긍정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임팩트 투자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는 양상인데요, 트리플라잇은 정책금융 출자 펀드를 중심*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임팩트(사회문제 해결)·로컬(지역 불균형 해소)·그린(환경위기 대응) 섹터 투자 시장의 동향을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데이터 :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의 정책금융 출자사업(2018~2023) 중 임팩트·로컬·그린 섹터 투자에 해당하는 모펀드 23개에서 결성된 자펀드(2019~2023)를 중점 분석하되, 소풍벤처스에서 제공한 임팩트 펀드 데이터를 참고해 민간 주도 펀드를 일부 포함함. 이 중 주목적 투자 대상이 불분명한 펀드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함. 펀드 규모의 경우 한국벤처투자의 출자사업별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 공고문, 한국벤처투자 분기별 뉴스레터(’모태펀드 출자 동향’), the VC의 데이터를 참고했으며 실제 최종 결성액과 다를 수 있음

  • 한국성장금융 출자 펀드(6개) ▲임팩트 : 사회투자펀드 ▲로컬 : 지역혁신창업펀드, 혁신성장뉴딜펀드(지역혁신), 지역벤처투자펀드 ▲그린 : 정책형뉴딜펀드(그린뉴딜), 기술혁신전문펀드(탄소중립·에너지혁신)
  • 한국벤처투자 출자 분야/펀드 (16개) ▲임팩트 : 소셜임팩트, 사회적기업, 사회서비스 ▲로컬 : 도시재생, 규제자유특구, 영호남특구기업육성, 지방기업, 지역엔젤징검다리, 지역뉴딜벤처펀드, 지역혁신벤처펀드, 지역엔젤투자 재간접펀드, 창업초기(지역허브), 지역콘텐츠 ▲그린 : 미래환경산업, 미세먼지해결, 스마트대한민국(그린뉴딜)

사회·환경 문제 해결하는 착한 자본, 얼마나 성장했나

🎯Impact

사회적경제 기업, 소셜벤처 등에 중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신규 결성 펀드 규모는 2017년 이래 꾸준히 증가해 2019년 2,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이후 2년 연속 급감해 2021년에는 2019년 대비 70% 감소한 630억 원에 그쳤는데요, 다행히 202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23년 신규 펀드 결성액은 약 1,200억 원으로 2020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2019~2023년 사이 신규 결성된 임팩트 투자 펀드 누적액은 약 6,065억 원, 펀드 당 평균 규모는 약 169억 원입니다.

🏞️Local

로컬 섹터의 경우 2019년부터 해마다 더 많은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이후 연간 2배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는데요, 이러한 성장세는 매년 결성되는 신규 펀드 총액의 평균 55%를 차지하는 정책금융이 견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부터 지역뉴딜벤처펀드·지역혁신벤처펀드(한국벤처투자), 지역벤처투자펀드·지역혁신창업펀드(한국성장금융·한국산업은행) 등 비수도권 지역 기반 중소·벤처기업을 주목적 투자 대상으로 하는 모펀드가 조성되면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7,400억 원에 육박하는 신규 펀드가 결성됐습니다.

🌍Green

그린 섹터도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입니다. 2018년 환경부가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하는 모태펀드에 출자하면서 ‘미래환경산업’ 분야가 개설되고, 2019년엔 ‘미세먼지해결’ 분야가 추가돼 그린 섹터에 본격적으로 정책금융이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하반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계획을 중점 과제로 삼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린 섹터 투자는 급성장 계기를 맞습니다. 2020년 말부터 그린뉴딜산업* 투자 펀드에 정책자금이 3,000억 원 이상 투입됐고, 단일 펀드 규모가 2,000억 원을 넘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펀드들이 결성되면서 2021년 신규 펀드 결성액은 1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2022년에도 스마트대한민국 모태펀드, 정책형뉴딜펀드 등 주목적 투자 대상에 그린뉴딜산업 분야를 포함한 정책자금이 출자되어 9,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가 결성됐습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모빌리티 등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첨단기술산업 분야가 정책금융 출자사업의 주목적 투자 대상에 광범하게 포함되면서 2023년 들어 벤처 투자 시장 내 그린 섹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양상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벤처투자의 ‘미래환경산업’ 분야 출자사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그린 섹터 투자 특화 정책금융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린뉴딜산업군이 주목적 투자 대상에 포함된 혁신성장펀드(한국성장금융)나 민간 주도의 ESG 테마 펀드 등이 그린 섹터에 투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다만, 이번 트리플라잇의 분석에는 환경산업 특화 정책자금 출자를 받아 결성된 펀드 및 주목적 투자 대상이 그린 섹터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 펀드만 포함되었습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선정한 그린뉴딜산업 분야 : ▲신재생에너지 ▲친환경발전 ▲에너지저장 ▲에너지효율향상 ▲스마트팜 ▲환경개선 ▲환경보호

착한 자본 굴리고 보태는 투자자는?

트리플라잇이 임팩트·로컬·그린 섹터 투자 펀드 164개를 분석한 결과, 임팩트 투자사, 자산운용사,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132개 기관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자본’을 단독 또는 공동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섹터별 펀드 운용기관(이하 GP) 현황을 살펴보면, 임팩트 섹터 투자 펀드 GP 기관은 28곳(로컬·그린 섹터 GP 중복 포함)으로, 이들 가운데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소풍벤처스,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에이치지이니셔티브, 엠와이소셜컴퍼니, 인비저닝파트너스, 임팩트스퀘어,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 임팩트 투자사들이 평균 2.8개의 임팩트 펀드를 운용하며 섹터의 투자 활성화를 주도하는 모습입니다.

로컬 섹터에서는 전체 GP 기관 69곳(임팩트·그린 섹터 GP 중복 포함) 가운데 35%가 비수도권 지역 기반 밴처캐피털 또는 엑셀러레이터·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지역 소재 대학 기술지주회사 등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기관인 점이 눈에 띕니다. 그린 섹터의 경우 전체 GP 기관 58곳(임팩트·로컬 섹터 GP 중복 포함) 가운데 신한자산운용, IBK캐피탈, 우리PE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 산하 자산운용사가 임팩트·로컬 섹터에 비해 많았으며, 누적 운용자산 규모(AUM)가 2,000억 원 이상인 자산운용사 또한 가장 많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또한 132개 GP 기관의 약 16%인 21곳은 임팩트·로컬·그린 섹터 투자 펀드를 두루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임팩트 섹터 투자 펀드를 운용하면서 로컬 섹터 투자 펀드도 운용하는 기관과, 그린 섹터 투자 펀드를 운용하면서 로컬 섹터 투자 펀드도 운용하는 기관이 각각 8곳이었는데요,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로컬 섹터가 임팩트 투자사나 자산운용사 모두에게 주목 받는 시장이라는 분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자가 착한 자본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을까요? 언론 보도 등에서 취합한 임팩트·로컬·그린 섹터 투자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이하 LP)로서 자금을 출자한 기관(개인투자자 제외)을 분석해본 결과, 임팩트 섹터와 그린 섹터의 경우 ▲영리법인(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그린 섹터의 경우 LP의 51%가 기업이었는데요, 환경 위기 대응 과제가 비즈니스 차원의 중대 이슈로 인식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 보입니다. 로컬 섹터에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LP의 과반을 차지했는데, 공공기관 LP 가운데 테크노파크 등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이 85%였습니다. 즉 로컬 섹터의 경우, 정책금융과 지자체 예산 등 공공자금이 투자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착한 자본, 앞으로의 성장 전망은?

2024년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의 출자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임팩트·로컬·그린 섹터 모두 꾸준히 신규 투자 펀드가 결성될 전망입니다. 우선 임팩트 섹터의 경우, 2024년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소셜임팩트’ 분야에 200억 원을 출자하고 지난 3월 말 GP 선정을 마쳤습니다. 로컬 섹터는 올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한국벤처투자는 대구·제주·광주권 지역혁신벤처펀드 298억 원을 출자한 데 이어 1,000억 원 규모의 부산 미래성장벤처펀드를 출자할 예정이고, 한국성장금융도 기술혁전문펀드에서 ‘지역산업활력’ 분야에 670억을 출자하고 3,000억 원 규모의 지역활성화투자펀드의 GP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린 섹터에서도 한국성장금융이 9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성장금융 은행권 기후기술펀드를 지렛대 삼아 ‘기후테크’ 특화 투자 펀드 결성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5년 간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자본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로컬 섹터 투자와 저탄소·친환경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 섹터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그 규모와 범위를 키워왔습니다. 로컬·그린 섹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자산운용사·공공기관·금융기관이 GP로서 착한 자본 시장에 유입되고 있고요. 다만 시장이 더 커지고 다양해질수록 ‘워싱(washing)’의 위험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깊어집니다. 착한 자본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이 투자를 통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트리플라잇은 앞으로 더욱 주의 깊게 시장 현황을 살피며 임팩트 중심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더 멀리 설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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