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 시나리오를 엮은 책 <2050 거주불능지구>는 향후 ‘인류가 극심한 이상기후를 훨씬 짧은 주기로 경험할 것’이라 경고합니다. 수백 수천 년에 한번 겪을 만한 자연재해를 10~20년에 한 번꼴로 더 자주 겪게 될 거란 것이죠. 기상청과 환경부가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인류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4개 시나리오로 분류, 최악의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 기온이 4.7도 상승해 폭염일수가 3.5배 많아질 것(1981~2010년 대비)이라 전망합니다. 이슈&임팩트연구소 IM.Lab은 두 시나리오를 통해 2020년과 2050년의 날씨를 Before & After로 살펴봤습니다.
2020 :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20일 이상 폭염에 노출되고 있다. 1980년 이후 위협적인 폭염의 빈도는 50배 이상 증가했고, 사망자 수는 연평균 7000명으로 1980년대에 비해 12배 늘었다(EM-DAT). 한국도 폭염의 발생 빈도와 강도, 지속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 평균 8.2일이던 폭염일수는 2010년대에 15.45일로 2배가량 늘었다. 이례적 폭염을 기록한 2018년엔 31.5일 폭염이 발생했으며, 같은 해 7~8월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42명(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달했다.
2050 : 2050년엔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970곳이 평균 35도 이상의 폭염을 겪으며(Urban Climate Change Research Network),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WHO). 인류가 사용하는 냉방 기기 대수만 90억 대를 넘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세계은행은 지구 기온이 4도 오르면, 하루 2000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2003년 유럽 폭염이 일상적인 날씨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기상청은 2050년까지 한국의 폭염일수 등 고온 극한 지수가 증가하며, 21세기 말에는 최대 3.5배까지 폭염일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0 : 오늘날 대도시 20개 중 14곳이 물 부족 또는 가뭄을 겪고 있다. 1년 중 적어도 1개월은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40억명, 일상적으로 겪는 인구는 약 5억명이라 한다(Science Advance). 한국의 경우, 최근 장기 가뭄으로 충남 지역 8개 시·군(2015년), 속초시(2018년) 등이 제한급수를 경험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여름철 가뭄의 빈도는 줄었지만, 겨울과 봄철에는 가뭄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2050 : 세계은행은 향후 30년간 물 수요가 50%(식품 생산, 도시 및 산업)에서 많게는 85%(에너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 2050년이 된다면 전 세계 곳곳에서 사용 가능한 담수가 ⅔ 가량 줄어들 것이라 추산했다. 유엔은 2050년 전 세계 50억명이 신선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상청은 강수량 변동성 증가로 가뭄, 폭우 같은 극한강수 현상이 잦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2020 : 기후변화 때문에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습기를 저장해 극심한 강우로 이어진다. 전 세계 홍수 발생 건수는 2010년대 평균 152.9건으로, 1980년대(52.4건)에 비해 약 3배 늘었다(EM-DAT). 한국 또한 연강수량이 수십 년간 증가 추세로,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1990년 중반 이후 증가해왔다. 실제로 1980년 이후 장마 일수가 가장 긴 10개년 중 6개가 2000년대 이후였다. 올해 한국의 장마는 1973년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긴 56일간 이어졌다.
2050 : 2050년 전망은 암울하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2050년이면 홍수에 노출되는 인구가 매년 2억2100만명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홍수와 폭풍, 해수면 상승 등으로 매년 3270억 달러(387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이 없을 경우, 21세기 후반 즈음 여름철 강수량이 2010년 대비 20.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0 : 전 세계 폭풍 건수는 2010년대 연평균 100건으로, 1980년대(55.8건) 이후 2배 증가했다(EM-DAT). 2017년 허리케인 ‘하비’는 미국 텍사스에 760㎜의 폭우를 퍼붓고, 950억 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연구진들은 하비를 ‘1000년에 한 번 올법한 폭풍’이라 분석했지만, 한 달 후 4~5등급 태풍인 ‘어마’, ‘마리아’ 등이 줄지어 오며 달라진 상황을 실감해야 했다. 아시아에선 지난 40년간 태풍의 위력은 15% 강해졌고, 4~5등급 태풍 비율이 2배 늘었다.
2050 : 연구진들은 지구의 기온이 단 1도만 증가해도 4~5등급 허리케인은 25~30% 증가한다고 내다본다. 21세기 말이면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수많은 주민을 떠나게 한 ‘카트리나’ 수준의 허리케인이 2배 더 자주 발생한다는 예측도 있다. 2050 거주불능지구의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는 앞으로 카트리나, 하비 같은 수준의 폭풍이 더 자주 불어닥치면, 특히 빈곤국의 경우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