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 1,2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면서 '펫 테크(Pet tec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2조 3,889억원이 펫 테크 산업에 투자됐고, 규모 또한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펫 테크는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과 서비스에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된 것을 말합니다. 이슈&임팩트데이터연구소 IM.Lab이 펫 테크 투자 지형도를 살펴봅니다.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반려동물을 가축을 넘어 친구이자 가족, 하나의 인격체를 가진 존재로 보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1·2인 가구가 많아지고, 아이나 가족 대신 반려동물과 사는 '혼펫족','딩펫족' 등이 등장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2019년 1,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세계에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미국은 반려견만 7,000만 마리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 입양이 더욱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미국 내 1,400개 유기동물 보호소의 입양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고, 임시보호는 197% 늘었다(2020년 4월 기준, 미국 동물복지증진협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미국인이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했으며, 향후 수년간 반려동물 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웰빙을 돕는 펫 테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펫 테크란 반려동물과 관련한 혁신 기술로,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부터 화상으로 수의사의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 솔루션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2020년 펫 테크 투자 규모는 2016년 대비 216% 증가했으며, 연평균 21%씩 성장해왔다. 시장조사기관인 Global Market Insight는 2025년까지 펫 테크 시장이 연평균 24%의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가치만 200억 달러, 약 22조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펫 테크 투자 중 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영국의 반려동물 보험사 Bought by Many(1,082억원)였다. Bought by Many는 펫 치아보험, 스핑크스 고양이 전용 보험 등 150여개의 보험을 제공한다. 2위인 미국의 The Farmer's Dog(599억원)은 신선하고 영양을 갖춘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고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3위인 스웨덴의 Firstvet(388억원)은 화상을 통해 수의사의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세부 분야별로는 반려동물 보험, 양육 정보 제공 등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서비스' 분야에 전체 투자의 약 40%(2,073억원)이 집중됐다. 이어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영양식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반려동물 식단(1,239억원)', 건강관리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의료 및 건강(1,182억원)' 순으로 금액이 많았다.
반려동물 시장이 큰 미국은 펫 테크 투자에도 가장 활발했다. 펫 테크 투자사 상위 10곳 중 8곳이 미국의 VC·Accelerator였다(2020년 기준). 1위는 미국의 창업투자회사 R/GA Ventures였다. R/GA Ventures는 2020년 한해에만 Smalls, PetPlate, Native Pet 등 9곳의 반려동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펫 테크에 집중했다. 이어 500 Startups, Y combinator 등 대형 투자사들도 펫 테크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최근 5년간 펫 테크 생태계엔 1억 달러(약 1,110억원) 이상의 대규모 딜이 여럿 성사됐다. 1위는 반려견 산책 대행 매칭 앱을 운영하는 미국의 Wag이었다. Wag은 반려견 산책이 필요한 사람과 산책을 대신해줄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약 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위인 중국의 Boqii는 반려동물 사료와 악세사리 등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골드만삭스, 중국초상은행 등의 투자를 받았다.
펫 테크 시장은 미국과 영국 기업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2020년 한 해 동안 5,400억원이 펫 테크에 투자됐으며, 이중 41%(2,233억원)가 미국에 쏠렸다. 이어 영국(21%), 중국(10%)순으로 금액이 컸다. 한편, 브라질은 반려동물 용품 쇼핑몰인 PetLove, 사람과 반려동물을 위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Zee.Dog 등이 각각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전체 투자 규모의 9%(463억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