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열풍에 대표 사업의 임팩트 측정을 시도한 비영리단체 팀장 A씨. 3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사업에 참여한 아동들이 전보다 15% 더 행복해졌다는 결과를 받아보았습니다. 사업의 성과가 증명됐다는 뿌듯함도 잠시, A씨의 마음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꿨을까?’ 차기년도 회의를 위해 둘러 앉은 A씨의 팀원들도 물어옵니다. ‘이제 우리 무엇을 하면 될까요?’
트리플라잇을 찾는 많은 조직이 사업 또는 조직의 임팩트 측정을 고민해왔거나 시도해본 곳들입니다. A씨처럼 기존의 방법에서 충분한 인사이트를 얻지 못했거나, 임팩트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자 하는 곳을 만나면 저희는 린 데이터(Lean Data) 방식의 임팩트 측정을 제안하곤 합니다. 린 데이터란 린 스타트업, 린 프로세스 등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lean)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업의 임팩트는 전문 인력이 투입돼 장기간 연구를 통해 측정하곤 했습니다. M&E(모니터링과 평가)가 대표적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면 문제가 없지만,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이나 NGO의 경우 측정 자체가 부담이 되며, 연구 결과를 향후 전략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린 데이터는 전화, 문자, 서베이 등을 통해변화의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체계적으로 물어봄으로써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를 빠르게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린 데이터를 처음 만든 60데시벨(60 Decibels,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인 아큐먼Acumen에서 분사한 조직)의 사샤 딕터는 린 데이터의 시작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사회적기업과 투자사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성과를 높이는 데 참고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임팩트는 결국 한 사람의 삶의 경험으로 귀결되지만, 누구도 고객과 공급자, 직원들에게 체계적이고 비교가능한 방법으로 물어보지 않고 있었죠.”
-샤사 딕터(Sasha Dichter), 린 데이터 공동 개발자
린 데이터로 임팩트를 측정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의 NGO인 ‘미라클핏(MiracleFeet)’은 인도, 탄자니아 등지에서 내반족(선천적으로 발이 안으로 굽는 병)으로 걷지 못하는 아동을 위해 보조기구를 보급해 왔습니다. 미라클핏의 비전은 '내반족을 겪는 모든 아동이 치료를 받고, 생산적이고 활동적이며 건강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업을 통해 실제로 아동의 삶을 바꿨는지 궁금해진 이 단체는 60데시벨과 손잡고 임팩트 측정을 시도했습니다.
미라클핏은 비전에 걸맞게 '치료를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측정 대상으로는 누적된 수혜자 수가 충분한 3개국(탄자니아, 인도, 필리핀)의 치료 아동 중 치료 후 2년이 지난 470명을 선정했습니다. 다만, 아동의 연령대가 어림을 감안해 아동의 부모와 아동을 치료한 지역 의료기관 7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설문 방식은 지역적 범위가 넓고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임을 감안해 전화 서베이로 정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서베이 결과, 미라클핏을 만난 아동 98%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4%의 아동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됐고, 의료기관 역시 내반족 치료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지금껏 기구를 보급한 국가 수, 기구를 사용한 아동 수 정도의 지표만으로 설명했던 사업의 임팩트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로 증명된 것입니다. 트리플라잇은 이를 임팩트의 증거(Proof of Impact)를 모으는 린 데이터의 힘이라 설명합니다.
트리플라잇도 아산나눔재단, KB사회투자펀드, 임팩트투자사인 HGI 등 기관과 린 데이터를 활용한 임팩트 측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아산나눔재단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린 데이터를 통한 임팩트 측정의 주요 단계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① 임팩트 질문 정하기 WHAT린 데이터란 ‘이해관계자에게 묻는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임팩트를 측정하려면 무엇을 물어야 할까요? 60데시벨은 우리가 수혜자에게 약속한 것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임팩트 질문(Impact Question)을 만들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미라클핏은 ‘치료를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알기 위한 질문으로 ‘아동이 언제나 원활하게 걸을 수 있는지’,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질문을 만들려면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이루고자 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트리플라잇은 변화이론 워크숍, 핵심 질문 세트 등을 통해 조직이 임팩트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확인할 질문을 도출하도록 합니다. 아산나눔재단의 경우, 팀별 변화이론 워크숍을 통해 재단의 임팩트를 정의했고(기업가정신 렌즈로 세상을 본다·기업가정신이 일상이 된다·기업가정신의 원동력이 공급된다), 이로부터 세가지 임팩트 질문을 도출해 질문지를 구성했습니다.
② 수집 대상과 방식 정하기 WHO & HOW 사업의 임팩트를 정의했고, 린데이터를 통해 물어볼 질문을 정했다면 이를 누구에게(WHO), 어떻게(HOW) 물어볼지를 정해야 합니다. 변화를 체험한 수혜자(당사자)라면 가장 생생한 임팩트를 들려줄 수 있겠지만, 대상의 나이가 어리거나 답변 내용에 한계가 있다면 가족이나 학교 선생님, 병원 관계자, 파트너 기관 등 변화의 모습을 잘 알 만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물어서 크로스 체크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대상이 정해지면 ▲ 문자 ▲ 전화 ▲ 서베이(대면/온라인) ▲ 인터뷰(대면/화상/서면) 등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결정합니다. 대상의 특성은 물론, 데이터의 주제와 수집 비용 등을 고려해 적합한 방법을 고르면 됩니다. 아산나눔재단은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10년간의 임팩트를 보기 위해 지금껏 사업에 참여한 100명의 핵심 이해관계자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삶에서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했는지 듣기 위해 온라인 서베이와 화상 인터뷰를 병행했습니다.
③ 좋은 질문을 위한 상상력 질문도 중요하지만, 질문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같은 질문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의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트리플라잇은 사업과 조직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질문합니다. 아산의 경우, 100명의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수집하기 위해 수십개 감정 키워드가 적힌 감정카드를 활용했고, 재단의 핵심 가치인 페이잇포워드(나눔의 선순환)의 확산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100인이 주고 받은 도움의 내용과 빈도수를 수집해 통계화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려면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린 데이터는 임팩트 측정에 대한 이론적 이해도 필요하지만, 특히 인문학적 소양이 한 스푼 필요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꿨을까', '우리를 만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을까'… 모든 답은 본질이자 출발점인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고, 린 데이터는 좋은 시작점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관점으로 린 데이터를 활용한 임팩트 측정을 강조합니다. 그저 "얼마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의사결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핵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주목한다면, 분명 조직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트리플라잇이 결과값을 도출하는 것뿐 아니라, 파트너 기관에게 임팩트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트리플라잇의 린 데이터 방법론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리포트를 참고해 주세요.▶임팩트 리포트 읽어보기 : HGI 임팩트 리포트, KB사회투자펀드 임팩트 리포트, 아산나눔재단 임팩트 리포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임팩트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