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백지화, 원전(원자력 발전) 최강국 건설'.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건 공약입니다.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이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되돌려,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이고 신규 건설을 재개한다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백지화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탄소중립과 더불어 원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슈&임팩트데이터연구소 IM.Lab은 지난 한 달간 뉴스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뉴스 데이터 및 이슈 데이터로 들여다보는 ‘임팩트 키워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5월의 임팩트 키워드, #탈원전 백지화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공방이 가열된 3년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정부가 월성 1호기 원전을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감사원이 '원전의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경제성 조작 논란이 일면서, 관련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습니다. 2021년에는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3·4호기의 재개 결정이 미뤄졌고 ,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탈원전 백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탈원전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보도량이 많았던 10대 이슈를 보면, 탈원전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설전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각을 세우는 야당 및 대통령인수위원회와 이를 지지하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꾸준히 보도됐습니다. 한국전력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하는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환경 테마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보도 기사들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탈원전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 새롭게 지어진 원자력 발전소 수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꾸준히 줄어들어 2010년대에 5.4대에 그쳤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전 반대 운동이 거세지면서 독일, 스위스 등 국가를 중심으로 탈원전 움직임이 가속화돼 왔습니다. 전 세계 전력 생산량 중 원전의 비중을 봐도, 1997년대 17.7%로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 우리나라도 탈원전 흐름을 쫓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441대의 원전 중 5.5%인 24대가 한국에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취임 초부터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원자력 의존도를 줄여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평균 90%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이 평균 70.8%로 줄었고, 30%대를 유지하던 원자력 비율도 2020년 29%까지 내려왔습니다.
새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탄소중립입니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0%로 만든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EU 합동연구센터도 원전이 100만 킬로와트당 2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풍력(26톤)이나 태양광(85톤)에 비해 더 해롭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조건은 까다롭지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정의하는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것도 근거로 쓰입니다.
탈원전이냐, 탈원전 폐기냐를 두고 여전히 각계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전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저탄소 에너지라고 해도, 안전성과 폐기물 등 이슈 때문에 결국 탈원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원전 사고 빈도로 계산해볼 때, 한국에도 20년에 한 번 꼴로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ource : IEA, IAEA PRIS, 원자력산업실태조사